[DreamsiC 12월 호] 콘크리트와 목재의 화려한 믹스매치(mix-match)

대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사회에 진출 할 때 즈음의 일이다. 아버지는 회사에 출근하는 필자의 복장을 보시고는 한숨을 쉬며 말씀하셨다. “넌 출근한다면서 정장도 안 입고 출근하니?” 출퇴근을 하면서 정장을 입지 않는 것에 놀라셨던 아버지는 이후 청바지에 셔츠를 입고 그 위에 수트를 입는 모습을 보고 아연실색 하셨다. 심지어 책가방처럼 보이는 백팩을 수트 위에 입는 모습은 아버지의 상식 속에 존재할 수 없는 복식이었다.

 

복장의 믹스매치(mix-match)는 패션의 한 트렌드가 되었다. 정장을 갖춰 입는 것도 매우 매력적인 패션이 되고, 캐쥬얼한 복장으로 개성을 표현할 수 있지만 이를 섞으면 기존의 느낌과는 차별화되는 또 다른 패션이 되는 것이다. 청바지에 셔츠, 그리고 수트는 아직도 가장 즐기는 나의 스타일이다.

 

믹스매치는 가장 간단하게 디자인에 포인트를 만드는 방법이다. 익숙함에 작은 변화를 줌으로써 새로운 느낌을 만드는 방법이다. 이 믹스매치는 매우 다양한 영역에서 폭넓게 적용이 되고 있다. 비단 패션 뿐 아니라 자동차의 디자인이나 신혼집의 인테리어, 화장법에도 믹스매치는 적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콘크리트는 믹스매치가 가장 쉬운 디자인 소재다.

 


콘크리트는 매우 차분한 소재로 차분한 질감에 이와 다른 색감이나 질감의 소재를 더하면 그 소재를 돋보이게 해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스틸, 플라스틱, 돌, 천을 가리지 않고 콘크리트와 잘 어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사용할 때 가장 매력적인 소재를 손꼽으라면 ‘나무’라고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

 

한없이 차분한 콘크리트와 화려한 패턴의 목재는 서로를 디자인적으로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 규모감과 덩어리감, 무게감이 매력적인 콘크리트에 화려한 색감과 패턴의 목재를 덧대면 그 자체만으로 포인트가 된다. 이 포인트는 다양한 제품에서 효율적으로 시선을 잡아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는 콘크리트 덩어리에 씌워진 방부목이다. 대형 콘크리트 벤치에 방부목을 덧대는 것 만으로도 디자인 포인트가 된다. 차분하기만 한 콘크리트 덩어리에 부족한 ‘화려함’을 목재가 더해준다. 규모 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주목받기 훌륭하지만 확실하게 사람들이 관심 가질만한 포인트를 갖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의 시선을 강탈하는 요소를 잘 활용한 또 다른 사례는 역시 ‘사이니지’이다. 본질적으로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제품. 사람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일단 사람들의 눈이 머무를 수 있어야 한다. 콘크리트의 규모감에 목재의 포인트는 사람의 이목을 가장 고급스럽게 머무르게 만드는 믹스매치가 된다.

 

세상에서 가장 쉽게 만들 수 있는 조화는 각기 강한 개성이 하나씩 더해져서 만드는 조화다. 검정과 빨강, 단맛과 짠맛, 바삭한 식감과 촉촉한 식감. 콘크리트와 나무는 각기 차분함과 화려함으로, 시원함과 따스함으로 가장 간단하면서 화려한 조화를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