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siC 10월 호] 콘크리트, 활자가 되다!

한민족은 기록의 민족이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기록문화유산은 세계 5위, 아시아 국가 중엔 당연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 일성록, 난중일기 등 그 시대를 알 수 있는 다양한 기록문화유산이 내려오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는 선조들의 삶을 이해하고 그 정신을 이어받을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적인 열풍을 끌고 있는 K-문화를 만들어냈으며, 전 세계는 한국의 문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의 중심에는 역시 ‘활자’가 있다. 우리 민족은 ‘이두’라는 글자를 만들어냈으며, 세계적으로 가장 과학적인 문자인 ‘한글’을 만들어냈다. 비단 글자를 만드는 것 뿐 아니라 활자인쇄술 또한 세계 제일을 자랑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과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은 우리 민족의 활자 기술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쇄물이다.

 

이토록 집요한 기록에 대한 열망은 결국 후대에 선조들의 삶과 정신을 이어주기 위한 노력이며, 많은 대중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함이다. 결국 활자는 대중에게 이어져야 하며, 후대에 이어져야 하는 것이다. 나만 보는 일기라 하더라도, 결국 나중의 나를 위한 기록물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어져야 한다.

 



2022 대한민국공공디자인대상에서 수원시청의 ‘신문광장’이 장려상을 수상했다. 칼라 콘크리트로 제작된 콘크리트 신문. 수원 남문의 중동사거리 광장 바닥에 거대한 신문이 등장했다.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광장. 이 거대한 신문에는 수원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콘텐츠가 기록되어있다. 수많은 시민들이 이 거리를 지나가며 알게 모르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문화 콘텐츠를 접하게 된다. 시간이 없어 빠르게 걷는 시민도, 광장에서 만남을 위해 친구를 기다리는 사람도, 벤치에 앉아 잠시 쉬어가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수원의 문화콘텐츠를 접하게 된다. 활자가 콘크리트를 만나 대중성을 얻게 되었다.


 

광장의 특성 상 불특정다수가 광장을 이용하게 된다. 바닥재는 그 수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야 하는 용도의 제품이다. 많은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으며, 많은 쓸림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단순히 신문의 디자인을 만들어내서는 이 기록을 널리, 그리고 오래 이어갈 수 없다. 도장의 방식으로 바닥 패널에 디자인을 입힐 수 없는 이유다. 그래서 UHPC와 미콘이 필요했다. 활자 하나하나를, 음영과 외곽라인 등의 강조 포인트 하나하나를 모두 컬러 콘크리트로 제작한다. 글자 하나하나를 콘크리트로 만들어서 심어야 할지, 콘크리트 판에서 글자 부분을 따내야 할지 회의에 회의를 거친다. 제작이야 어떻게든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시간과 예산.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최소의 비용으로 이 거친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그리고 처음 생각한 이미지에 걸맞는 컬러를 샘플링하고 작은 사이즈의 디자인 패널을 제작한다. 이 과정에서 작은 실수도 허용이 안된다. 신문에 오탈자가 발생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바닥 패널은 지속적으로 충격이 가해지는 제품이기 때문에 내구성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도 꼼꼼한 제작이 필요하다.

 

UHPC는 압도적인 내구성을 가진 소재이다. 학계에서는 그 내구성을 200년으로 보고 있다. 도장이 아니라 한 글자 한 글자가 모두 컬러 콘크리트로 따로 제작이 되었기 때문에 흠집이 난다 하더라도 원래의 색상이 드러난다. 텍스트가 지워지지 않는 것이다. 오염이 되도 표면 연삭과 표면 처리를 통해 새로운 바닥 패널로 거듭날 수 있다. 기록이 지워지지 않고 이어져 가는 것이다.

 

광장의 중심에 수원의 문화콘텐츠가 심어졌다. 입에서 입으로 자연스럽게 문화가 전달 되듯, 시민들의 삶에서 자연스레 신문이 노출되며 오랜 시간 동안 수원의 역사와 문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져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