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siC 2월 호] ❗❗주목❗❗ 초고성능콘크리트(UHPC)건물? 교량? 인테리어? 조경? 디자인의 진화를 만드는 소재의 진화!


언젠가 디자이너와 대화를 하면서 ‘디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다. 100% 문과체질을 타고난 필자는 ‘디자인≒예술’이라는 공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디자이너의 설명은 의외였다. 디자이너가 설명하는 디자인의 본질은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기획’의 정의와 정확하게 일치했다. 실제로 네이버 어학사전에서 설명하는 ‘디자인’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의상, 공업 제품, 건축 따위 실용적인 목적을 가진 조형 작품의 설계나 도안. 작품으로서의 예술과는 달리 ‘실용적인 목적’을 띄어야 하며, 작품보다는 ‘설계’와 가깝다는 것이다. 즉, 디자인은 솔루션이다.

 

문제점을 해결하는 솔루션의 영역으로 보자면 ‘소재’는 더욱 본질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목화로 솜을 만들어 솜옷을 짓고, 불에 타지 않는 전선을 만들기 위해 철갑을 두른 거북선을 만드는 것 자체가 소재의 진화가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로 이끄는 상징들이다. 그리고 소재의 진화는 디자인의 진화로 이어지게 된다. 콘크리트의 진화 또한 수많은 영역에서 디자인의 진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초고성능콘크리트(UHPC)는 무엇일까? 가장 간단히 설명하자면 일반 콘크리트보다 6배 이상 큰 압축강도를 자랑하는 콘크리트를 의미한다. 하지만 디테일을 살펴보면 ‘초고강도’가 아니라 ‘초고성능’인 이유가 확인된다. 압축강도를 높이기 위해 초고성능 콘크리트는 밀도를 매우 높여서 설계가 된다. 초고성능 콘크리트의 고밀도는 ‘높은강도’와 ‘낮은 흡수율’이라는 특성을 만들어내는데 ‘낮은 흡수율’에 대한 특성은 다음 편에서 언급하고, 오늘은 ‘강도’의 측면에서 제품의 진화를 설명하도록 하겠다.

 

콘크리트의 압축강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되면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역시 건축물 형태의 변화다. 철근으로 구조를 잡고 콘크리트를 부어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벽체두께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벽면이 두껍다는 제약조건은 건축물의 정형화된 디자인이라는 또 다른 제약을 만들게 된다. 건축물은 당연히 멀리서봐도 묵직해 보이는 디자인을 고집할 수 밖에 없다.

초고성능 콘크리트의 압도적인 강도는 건축물에 다이어트를 선물했다. 압도적인 강도로 인해 철근의 상용량을 줄이거나 사용하지 않을 수 있기에 콘크리트의 사용량도 줄어들고 벽체의 두께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얇은 벽면은 곡면을 제작하기에도 유리할 뿐 아니라 벽면의 라인이 건축물의 메인 디자인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

소재의 진화가 디자인의 변화로 이어지는 것은 비단 건축물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비약적으로 발전한 콘크리트의 강도는 다양한 산업에 적용이 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제품군은 역시 조경제품이다. 특히 초고성능콘크리트로 인해 나무를 심을 수 있는 대형화분이 새로운 조경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형화분은 일반적으로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사이즈의 화분을 의미하는데 집에서 기르는 행복나무 정도의 사이즈 화분이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수종을 담을 수 있는 콘크리트 화분을 의미한다.

 

화분은 나무에게는 집과 같은 존재다. 나무가 뿌리를 깊이 내리고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눈이 내리거나 서리가 내려도 견뎌야 한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더라도 충분한 물을 머금을 수 있어야 한다. 나무의 뿌리가 자라더라도 압력에 굴복해 집이 먼저 깨져서는 안된다. 이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면서 나무와 잘 어울려야하며 무엇보다 그 자체로 예뻐야 한다.

 

사람이 사는 집을 짓는 대표적인 소재. 그 소재가 진화하여 만드는 나무의 집. 초고성능콘크리트로 인하여 움집 수준 이었던 대형화분의 디자인이 오페라하우스 수준의 높은 디자인 퀄리티를 갖게 되었다. 아름다운 조경으로 인해 우리 삶의 공간 또한 한 층 더 풍성해졌다.